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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영화 +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 신의 퀴즈' 가 사랑을 받는 이유 -

by lifewithJ.S 2012. 11. 14.



골든타임이 끝난 이후로 허전한 마음에 현실도피를 하며 코메디 장르의 미국드라마만 보다가 최근 들어 나름 ‘의학’과 관련된 드라마라며 동생이 소개해준 ‘신의 퀴즈’라는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다. 제목이 뭐 이래. 신의 퀴즈가 뭐냐. 그런데다가 케이블인 OCN에서 만든 드라마라네?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 시즌제를 하고 있는 드라마라고, 그것도 시즌 3까지 방영되었다고 하여 뭐, 믿는 척하며 보기로 했다. 


이틀 후. 

시즌 1을 다 봤다. 뭐지? 완전히 빨려드는 기분. 한번 시작하니 끝까지 끝내야 할 것 같은 기분. 다른 이들도 나와 같이 느꼈을까? 신의 퀴즈를 시즌 2까지 다 끝내고 나니 그와 함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뱀검, 뱀파이어 검사를 연이어 보기 시작했다. 두 드라마 모두 OCN에서 만들어졌고, 특별히 우리나라 드라마에서는 보기 어려운 ‘시즌제’로 진행되고 있다. 비슷한 듯, 다른 듯 방영된 OCN의 두 드라마가 왜 사랑을 받았는지 생각해봤다. 






① 인물을 강조한 드라마, 인물에 흡수된 배우 


OCN의 두 드라마는 인물을 강조한 드라마이다. 물론 매회마다 스토리로 감동과 스릴을 느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인물이 주는 매력이 크다. 두 드라마의 주인공은 공통점이 많다. 언뜻 보기에는 장난기 많은 신의 퀴즈의 천재 의사 ‘한진우’와 차갑고 냉철한 검사 ‘민태연’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인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사적인 사정을 감추고 있는 인물이다. 한진우와 민태연은 아픈 과거나 신상의 비밀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비밀을 알고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이 한편으로는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과 같은 묘한 재미를 느낀다.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도 한 몫 했다. 한가인과 결혼한 후 ‘한가인의 남편’으로만 불리던 연정훈은 (난 사실 너무 한가인 남편으로만 불러서 이름도 까먹고 있었다능) 뱀파이어지만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정의감이 넘치는 샤프, 도도, 냉철한 검사를 제대로 잘 보여줬다. 따뜻한 이미지가 강해서 연정훈이 잘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뱀파이어 분장을 위해 아이라인까지 그려가며 열연한 연정훈, 놀랍다. 극내에서 이원종 "넌 다 좋은데~ 그게 문제야. 너 자신을 너~무 과신한다는거~" 네, 연기를 보니 과신하셔도 됩니다. :) 


나를 더 놀라게 한 사람은 류덕환이었다. 구혜선 감독의 영화 ‘복숭아나무’’ 에서 주연을 맡은 류덕환은 사실 나는 전.혀. 모르던 배우였다. 복숭아나무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이야기만 듣고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했는데 어려보이는 베이비페이스로 장난기 넘치지만 비밀이 넘치는, 또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넘치는 천재 의사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② 사람들이 원하는 인간상, 사람들이 원하는 세상 


그렇다 하더라도 정규 방송도 아닌, 케이블 방송인 OCN에서 내놓은 두 가지의 드라마가 모두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방영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두 드라마 모두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를 그려냈고 ‘원하는 인물’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요새 들어 더더욱 나와 내 친구 진이가 매일같이 고민하는 것.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할까? 우리가 이 사회에서 계속 살면서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진이에게 엊그제 또 문자가 왔다. ‘언니, 나 조금 전에 티비에서 습기살균제피해자들 나와서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호주 가야 하나 또 생각났어ㅠ’ 라며. 똑똑하고 실력 있는 진이, 더더욱 우리나라에서 살기 싫단다. 

갈수록 흉악한 범죄가 늘어나는 우리 사회, 강한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세상. 약한 자는 더더욱 약해질 수 밖에 없고 강한 자는 약한 자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세상에서 우리는 한없이 무력해진다. 도망가고도 싶지만 도망가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를 지켜줄 수퍼히어로 같은 인물을 찾게 된다. 그게 피를 먹는 뱀파이어가 됐든(뱀파이어 검사), 꼬맹이 천재 의사(신의 퀴즈)가 됐든 병원에서 망나니 취급을 받는 의사(골든타임)가 됐든. 우리는 그런걸 상관하지 않을 만큼 우리는 사회정의를 지켜주고 약한 자편에 서서 사회를 갉아먹는 나쁜 사람들을 응징해줄 수 있는 인물을 찾고 있다. 또한 활약하는 그들을 보며 마치 그들과 동일한 사람이 된 양 쾌감과 통쾌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도피처 같은 느낌마저 준다. 



③ 손이 오그라드는, 그렇지만 멋진 명대사 



신의 퀴즈에서는 놀랄 만큼 손이 오그라들면서도 수첩에 적어두고 싶어 후딱 메모할 정도로 멋진 명대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맨 처음 시즌 1을 시작하면서 부검을 하며 범죄를 파헤치는 일이 ‘오만한 인간이 교만하지 않도록’ 신이 내린 퀴즈라고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멋진 대사라며 감탄했을 것이다. 미드에서도 물론 이 정도 급의 명대사들은 몇 등장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사람의 입에서 한국사람의 주옥 같은 대사가 좔좔 흘러나오면 나도 모르게 ‘와… 맞다. 맞아.’ 하면서 드라마에 빠져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④ 미국드라마의 다양한 소재 + 한국드라마의 정서 


한국드라마가 추구해오던 소재는 남녀간의 사랑이나 배신, 가족들간의 불화나 비밀 등에 국한되어 있었다. 미국드라마가 들어오고 그 팬층이 두터워지면서 걸핏하면 ‘우리는 남매야’ 라던지 ‘암입니다’ 라며 드라마가 마무리 되는 한국드라마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에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희귀병을 통해 범죄를 파헤치는 ‘신의 퀴즈’나 슬픈 사연을 갖고 있는 뱀파이어로서 사이코메트리라는 초능력까지 써대는 ‘뱀파이어 검사’는 독특한 소재로 신선함을 주었다. 



그런데 더욱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독특한 소재를 요렇게 조렇게 잘 반죽해서 한국적인 정서로 풀어낸다는 것이다. 그 울고 짜고 소리지르고 하는 그 한국드라마의 정서가 그대로 녹아있다. 여전히 사랑과 배신과 가족간의 불화, 비밀, 복수가 이 소재들 속에 녹아있다. 그래서 두 드라마는 그간 오랫동안 한국드라마를 보아왔던 사람들도, 한국드라마보다는 미국드라마를 선호하던 사람들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핵가정화가 일어나면서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드라마들도 있었는가 하면 삐삐를 들고 1004 번호를 찍어가며 노래선물을 하던 시대를 반영한 드라마도 있다.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는 사랑을 받았다. 성공리에 시즌 3로 방영을 마친 신의 퀴즈와 시즌 2를 방영하고 있는 뱀파이어 검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얼마나 정의를 실현해줄 영웅을 원하는지를 반영한다. 매니아층을 확보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두 드라마 이외에 OCN에서는 TEN이라는 드라마 등 자체적으로 드라마를 내 놓고 있다. 용감하게 새로운 분야의 개척을 시작한 케이블 OCN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도 더 다양한 소재의 멋진 드라마들이 나와주기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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