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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북/연극 + 뮤지컬 + 전시회

팀버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 '서울 서소문 시립미술관' 팀버튼 전시회

by lifewithJ.S 2012. 12. 15.




어릴 때, 나를 홀리게 했던 만화가 있었다. 이상하게 생긴 흰 머리의 괴기하게 생긴 (다크서클이 엄청 진한) 아저씨가 웬 시커먼 옷을 입은, 시커먼 머리를 한 여자아이와 함께 (얘도 다크서클이 엄청났던) 요상하게 생긴 열차를 타고 막 여행을 하고 어린이가 듣기에는 무서울만한 음악이 나오고 했던 만화였는데 다크서클이 어마어마했던 두 주인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기에 어린 나였지만 본능적으로 그 만화에 빠지게 되었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위손'이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에드워드'를 알게된 다음부터는 '팀 버튼'이란 감독의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그 만화가 팀 버튼의 '비틀쥬스'라는 영화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어린 내가 빠져들었던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렇게 팀 버튼 감독의 영화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캐릭터'가 있다. 



팀버튼을 찾아 시립미술관으로 - 


시험에 쩔어있을 무렵, 친구가 카톡을 날려왔다. '시립미술관에서 지금 팀 버튼 전 하고 있으니까 시험 끝나고 한번 가보세요!' 그 말을 들은 이후에 시험이 끝나기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시험이 끝나자 날이 궂게도 비가 주륵주륵 내렸다. 비오니까 다른 날 가라고 만류하던 엄마를 뿌리치고 비바람 속에 찾은 시립미술관, 예술이다. 


비, 시립미술관, 그리고 팀버튼. 완벽한 조합이다.




시립미술관, 날이 화창하고 예쁠 때 몇 번 왔었는데 이렇게 우중충한 날은 처음이다. 그치만 팀버튼 전시회가 시립미술관에서, 그리고 이런 날씨. 웬지 이보다 완벽할 순 없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비바람이 엄청 몰아쳤는데 머리는 삼발을 하고 처녀귀신 마냥 얼른 안쪽으로 들어섰다. 그 이후의 일정 때문에 짐이 많았기 때문에 우산은 한번도 사용해본 적 없는 우산 걸대에 걸어뒀고 짐은 모조리 몽땅 사물함에 넣었다. (나중에 이렇게 한 걸 정말 다행으로 생각했다. 관람 시간이 무려 3시간이 걸렸으니까) 


팀 버튼을 아예 주제로 한 시립미술관. 다른 전시회가 안보이더라는.




저 입구에 섰을 때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 여기서 잠깐, 서소문 시립미술관 팀 버튼 전의 정보 남기고 지나간다. 


장소 : 서소문 시립미술관 (서울시청 별관 옆, 버스는 172번 600번 등 '서소문' 정류장) 

가격(개인) : 어른 12000원 / 청소년 10000원 / 어린이 8000원 (현대카드 결제시 20%할인) 

홈페이지 : http://sema.seoul.go.kr/kor/index.jsp

관람 시간 : 화요일 ~ 금요일 10:00 ~ 20:00 / 토,일,공휴일 10:00 ~ 19:00

작품 설명 시간 : 화요일 ~ 금요일 11:00, 14:00, 16:00, 18:00 

사진 촬영 금지 



현대카드 컬쳐 프로젝트의 아홉번째로 현대카드 할인 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가 레이디가가, 에미넴도 데려오더니 팀 버튼 까지.... ㅠㅠ 현대카드 없는게 초큼 아쉬웠다. 전시회는 프랑스 파리에서, 그리고 호주 멜버른에서도 하다가 여섯번째로 우리 나라에 왔다고 한다. 






                     

                                                                전시회에 대한 팀버튼 감독의 인터뷰 내용 



팀 버튼의 인생이 담긴 전시회 - 2층 전시관



팀 버튼과 크리스마스의 악몽 캐릭터들




설명을 듣기 위해 부랴부랴 일부러 2시에 시립 미술관을 찾았다. 설명을 해주시는 나름 큐레이터 언니를 따라 일단 전시회를 죽 한번 돌고 그 다음에는 혼자 나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전시회는 2,3층으로 나뉘어 이루어지고 있었다. 2층 전시회는 시간 순서대로 되어 있었는데 처음으로 보게 된 것은 팀 버튼이 어린시절부터 끄적거렸던 낙서, 그리고 초기 작품들로 시작했다. 그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특별한 구석이 있었고 친구들과 밖에 나가 뛰어놀기 보다는 집에서 만화영화를 보며 이런 저런 상상하기를 더 좋아했다고 한다. 특히 그가 사랑했던 작품들은 공포영화. 공포영화 장르를 보면서 어린, 젊은 팀 버튼은 어떤 상상을 했을까? 그가 그 시절 끄적거린 작품들을 보면서 그가 보통사람을 뛰어넘는 상상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을 누구나 다 하게 될 것이다. 


벽면에 그려져 있던 캐릭터들




고등학교 때 냈던 과제를 보면 그래도 꽤나 꼼꼼한 필기체로 빼곡히 글씨를 적어두기도 했다. 신문지 위에 끄적거린 낙서들, 티슈 위에 끄적거린 낙서들,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펜을 잡기만 하면 무언가를 그리고 썼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의 초기 작품들 중 상영되지 않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작품은 '스테인 보이' 였다. 스테인 보이는 2층 전시관 첫 문을 여는 작품이기도 하다. 


가슴에 S자가 쓰여져 있는 스테인 보이




'스테인 보이'는 무언가를 잘 해보려고 하지만 늘 망치기만 하는 소년의 이야기라는 설명을 들었다. 처음 전시회장을 들어서면 스테인 보이 모형을 볼 수 있다. 작은 집 안에 스테인 보이가 멍한 표정으로 서 있고 집 벽면에는 피가 튀어있다. 사람의 사지가 뒹굴러 다니기도 한다. 스테인 보이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그 가운데 서 있다. 놀란건가? 무서운건가? 외로운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표정이다. 마치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팀 버튼 그 자신 같다. 


팀 버튼이 그의 재능을 인정 받기 시작했을 무렵 그는 월트 디즈니 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괴기한 발상과 그의 괴기한 캐릭터들은 월트 디즈니 사와 맞을 리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거기서 팀 버튼이 일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우리가 생각할 수 있듯, 그의 특별한 아이디어들은 아름다운 캐릭터와 눈부신 공주들을 만들어내는 디즈니사와는 맞지 않았다. 결국 그는 디즈니 사를 나왔고 그 곳에서 나와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내놓게 된다. 그리고 이 비주류 외모를 갖고 있는 크리스마스 악몽 속의 캐릭터는 온 세상의 사랑을 받게 된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 내에는 사악한 미키마우스 모양의 장난감 등 디즈니에서 받은 상처를 암시하는 듯한 묘사가 꽤 있다) 




팀 버튼 감독이 만든 세상 - 3층 전시관



3층 전시회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듬뿍 받았던 작품들로 전시가 되어 있다. 2층이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가려는 팀 버튼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3층 전시회는 팀 버튼이 만든 세상이라는 느낌을 준다. 수많은 작품들이 팀 버튼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비틀쥬스(1988), 배트맨(1989), 가위손(1990),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 슬리피할로우(1999), 빅피쉬(2003), 유령신부(2005), 찰리의 초콜렛 공장(2005) 등 누구나 들으면 '아~' 할만한 영화들을 3층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수없이 많이 봤던 반가웠던 가위손과 배트맨,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찰리의 초콜렛 공장. 팀버튼에게 흥미가 없던 사람이어도 '아, 이 영화구나!' 할만한 영화들이 나를 반겼다. 팀 버튼이 이런 사람이다를 각인시켰던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 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은 작은 인형들을 만들어 그 인형을 아주 조금씩 움직여 장면장면을 연결해 붙인 '스탑모션' 기법을 이용한 애니메이션으로 실제 그 인형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교한 움직임을 위해 일주일에 몇십초 정도 찍었다며, 제작기간만 3년이 걸린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다. 이 영화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지금까지도 크리스마스때마다 사랑을 받는 영화이기도 하다. 벽면에 붙여 있는 화면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 샐리가 그 높은 언덕에 홀로 앉아 꽃잎을 따는 장면이 나왔는데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전달되서였는지 가슴이 갑자기 울컥했다. 




그 옆쪽으로는 실제로 영화에서 사용했던 가위손의 의상과 가위손이 전시되어 있다. 전 세계 사람들이 꼽은 죽기전에 봐야 하는 영화 4위인 가위손. 내가 정말 사랑하는 영화 중 하나이고, 그 오래전에 만든 영화지만 지금봐도 전혀 손색없는 영화다. 


가위손 '에드워드' 의 스케치



가위손의 초기 스케치부터 그의 의상, 그리고 아! 2층에 전시되어 있던 가위손에 등장한 걸어다니며 쿠키 만드는 로봇까지, 그가 얼마나 세심하게 이 작품을 구상했는지 알 수 있다. 이쯤되서 그의 전시를 다 돌아보고 나서는 그의 몇몇 작품들을 상영하고 있는 스크린 실에서 '빈센트'와 '헨젤과 그레텔' 등 몇몇의 작품들을 감상했다. 이렇게 다 돌고나자 마치 세상속의 팀 버튼을 만나는 것으로 시작해서 내가 팀 버튼이 창조한 세계 안에 있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되었다. 





그의 작품에 반영된 자신의 모습 



팀버튼 감독의 시집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 중에서

처음 부터 끝까지. 


보고 나면 느껴지는 것이, 어떤 감독들은 중간에 완전히 그의 세계가 달라지기도 한다. 어떤 감독들은 그들만의 계기로 인해 그가 그리는 세계가 달라지고 작품과 캐릭터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기타노 다케시 같은 감독은 죽음 가까이 다녀온 후에 죽음에 대한 작품을 많이 그려냈다) 


그러나 팀 버튼의 세계는 일관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속에는 추하고, 무섭고, 기괴하고, 징그러운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크리스마스의 악몽의 잭, 가위손의 에드워드, 유령신부의 죽은 신부가 그랬다. 혹은 어딘가 깊은 내면의 상처를 받은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찰리의 초콜렛 공장의 윌리웡카, 프랑켄위니의 빅터 등이 그랬다. 


그렇지만 그가 창조한 대부분의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사회의 아웃사이더들로 완벽하지 못한 존재들이지만 인간(주변 사람 ^^^;; 때론 인간이 아닐 수도 있기에) 에 대한 연민이 있고 사랑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따뜻한 마음이 한 구석에 있다는 것이다. 팀 버튼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그래서 '한결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한결 같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자신을 반영한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특별하고 특이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엉뚱하고 기발해서 월트 디즈니와도 맞지 않고 나와야 했고 자신만의 세상을 개척해야 했던 팀 버튼. 그렇지만 그의 캐릭터나 그가 선택한 것은 세상과의 '단절' 이 아닌 세상 밖으로 나와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통'하는 것이었다. 



전시회의 마지막 부분은 그가 예전에 사귀던 여자에게 쓴 시집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the melancholy death of oyster boy)' 으로 마무리된다. 시집에는 스테인 보이도, 스틱 보이도, 로봇 보이도 나온다.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the melancholy death of oyster boy) 보기 : http://homepage.eircom.net/~sebulbac/burton/choose.html




전시회를 둘러보고 나와서 - 



참 각기 각색의 반응이 있었다. 잔혹하게 표현된 그림들을 보고 '이거 싸이코 아니야?' 라던지 '사고가 이상한 것 같아' 라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와, 진짜 대단한 상상력이다' 라던지 '이런 스케치를 어떻게 했을까?' 라는 반응들도 있었다. 긍정적이었던, 부정적이었던 팀 버튼 전시회는 그가 think outside the box, 즉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며,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주관이 뚜렷해 현재 영화계에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조용하게 집에서 만화영화에 빠져 공상과 상상을 낙으로 살던 소년. 다 둘러 보고 나서, 그림을 끄적거리며 상상의 날개를 펼쳤을 그 소년이 만든 세상이구나 하며 세시간의 둘러봄을 마쳤다. 이제 그는 예전의 그 소년이 아니다. 리츠칼튼 호텔을 좋아하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초기 작품보다는 최근 작품이 조금 더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느낌을 주긴 한다. (그가 휴지에 찌끄린 낙서 하나가 몇천만원이라고 하니 뭐.)  그래도 ... 기괴하기까지 한 남다른 생각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니 다행이지, ㅋㅋ 라는 생각도 하며. 





출처도 함께 데려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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