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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012 - 호주 이야기/브리즈번 일기

호주 브리즈번 일기 - 키아라, 내 사랑 키아라!

by lifewithJ.S 2012. 1. 27.


오늘은 하루 종일 키아라와 놀았다. 하루종일이라고 하면 머하고 오후 야외 활동 2시간 내내 키아라와 놀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우리 둘의 시작을 생각하면 정말 지금의 상황이 나는 신기하기만 하다.

 내가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힘들어 했던 녀석 중 하나가 바로 “키아라”다.

정말 생전 그렇게 파란 눈은 처음 본다 싶을 정도로 파란 눈에 제대로 거절을 당했었다. 
머라고? “No!!!!” 라며. 키아라가 내가 처음 건넨 말이 바로 “No! Go away!” 였다.

먼 말만하면 바로 No 라며 -_ㅠ 은근 상처. 게다가 잘 때, 등을 토닥토닥 해줄라 하면 싫다며 몸부림을 치고 울어댄다. 

 

키아라 뿐만이 아니다. 키아라의 동생 제이비아도 나와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어서 제이비아와도 늘 한판 뜨는데 요 키아라 녀석은 첫 만남부터 영 탐탁치 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키아라가 정말 예쁘고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우리 말로 일명 ‘4차원’적인 생각을 갖고 있으며 다정다감하기 보다는 예쁜 외모에 전혀 걸맞지 않는 어마어마한 거친 표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아하는 표현으로 뺨을 때린다  )

 

친구들도 그닥 키아라를 좋아하지 않는 듯 싶었고 그룹리더도 약간은 키아라를 골치아프게 생각하는 듯 했다 (낮잠자는 시간에 노래를 불러대서 )

 그렇게 시들시들 키아라는 늘 그룹 리더만 찾아대고 나와는 별로 이야기 하고 싶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야외 활동을 하는데 키아라가 그림을 그리는 테이블에 혼자 앉아 아무도 없는 테이블에 엎드렸다 바로 앉았다 하며 크레파스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옆자리에 딱! 가서 앉았더니 슬그머니 한발 물러난다. 한발 더 다가가 앉았더니 휙! 머리를 돌려 다른 쪽을 보고 엎드렸다.

키아라가 그린 그림에 흥미를 보이며 그림에 대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니 슬금슬금 쳐다보면서 말을 듣더니 나중에는 한마디 두마디 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바닥에 떨어진 크레파스를 보면서 “Yukki!!!” 라면서 괜히 까르르 웃는다. 정말 4살박이 수준으로 돌아가 나도 장단 맞춰 웃고 종이 가장자리를 찢는 놀이를 하다보니 어느덧 2시간이 홀딱 가버렸다.

그날 이후로 키아라는 내가 하는 말에 조금씩 조금씩 귀를 기울이더니 썬스크린 바를 때에는 잔뜩 발라져 있는 자기 팔을 만져보라며 까르르 웃는다. 모자 없이 야외 활동을 하면 안된다며 모자도 챙겨준다.

아… 해맑은 키아라의 목소리가 얼마나 예쁘던지. 


친구가 많지 않은 녀석은 내가 자기를 이뻐한다는 걸 알자 이제는 내 뒤만 졸졸졸 쫓아다닌다. 
내 이름을 처음 부른 것도 키아라였고 야외 활동 나갈 때에도 손을 꼭 붙잡고 가고 
생일 파티에 초대한다며 직접 카드를 만들어 주질 않나 
또 밖에 나가 놀 때에도 모래밭에 같이 앉아서 모래 성을 만든다. 

그러면 나는 은근 슬쩍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이거 보라며, 이거 키아라가 만든거라며 
키아라와 함께 모래성 만들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하면 아이들은 또 금새 넘어가 키아라와 함께 논다. 그때의 흐뭇함이란.

키아라는 나와 노는 것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친구들과 같이 어울릴 때 가장 행복해보인다.

 
 

나는 키아라가 오지 사람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일을 할 때, 주로 미국, 캐나다 강사들만 관리해왔었던 내가 호주인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었다. 
미국이나 캐나다 강사들은 정말 첫 만남부터 과도하게 친한 척을 한다. ㅋㅋㅋㅋㅋ 
나쁘게 말하면 친한 척, 좋게 말하면 만나자 마자 친구.



호주인들은 엄청나게 밝고 마구 떠드는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들과는 달랐다. 
모든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다 미국인 같을 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측이 빗나가 
나는 처음에 이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줄 알고 당황했다.


혹은 말그대로 인종 차별하는 거 아니야?! 라며 당황했다.


 
그러나 호주인들은 매우 밝은 미국인들과는 달리 
약간은 수줍은 듯 약간은 내성적인 듯 하면서 
처음에는 키아라처럼 자신을 잘 안보여주고 
다가가기가 어려운 사람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진 않겠지만 일단 내가 만난 대부분의 호주인들은 그랬다. 

그러나 일단 친해지고 나면 정말 큰 신뢰와 정을 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나의 호주 친구 컬스틴이 그랬고,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몇몇 동료들이 그렇다.



이제와서 생각하지만 호주인들이 안 친절하다고 생각했던 첫 생각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젠 키아라가 반에 없으면 섭섭하다. 녀석, 사랑한다~ 우리 키아라 >_< 

교사는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해야 한다고 누가 그랬던 것 같은데... 
열손가락 깨물면 다 아프긴 해도 반드시 한손가락은 더 아프고 덜 아픈게 있단다. ㅋㅋㅋㅋㅋ
 

아, 난 좋은 선생님은 못될 모양이다.... 

- 2011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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